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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주명가 강석필 - "한국의 맛과 향을 빚는다"

몇 해 전 방송된 SBS ‘술의 나라’에서 민속주 제조과정을 시연해 보인 강석필 선생.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 경기도의 민속주를 대표하는 ‘남한산성소주’를 빚고 있는 강석필 선생을 만났다.
남한산성소주를 처음 빚은 시기는 남한산성을 축성한 때인 선조(1568-1608) 무렵으로 추정하고 있다. 처음에는 일반 가정에서 빚어 마시던 것이 맛과 향이 각지로 널리 알려지면서 조상에게 올리던 제삿술로 사용되거나 귀한 손님 대접으로 쓰이게 되었다. 여기서 빚은 소주는 임금께도 진상되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술을 빚는 데 사용하는 재료의 특징은 남한산성 계속에서 흘러 내려오는 좋은 물과 광주에서 생산되는 좋은 쌀, 그리고 재래종 통밀로 만든 누룩, 재래식 엿을 고아 술덧을 빚을 때 사용한다는 것이다. 특별한 맛과 깊은 향기, 술을 마신 후 숙취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남한산성소주를 주재료로 한 칵테일 ‘붉은 악마’는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있다. 우리 민속주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요즘, 현대인의 취향에 맞춘 민속주를 이용한 칵테일을 개발한 것이다. 롯데호텔 수석 바텐더 이석헌 씨가 만들어낸 ‘붉은악마’는 순 우리 음료로 만든 칵테일이라는데 의의가 크다. 달콤하면서 매실의 시원한 맛과 은은한 누룩의 향이 어우러져 신비한 맛을 낸다. ‘2003년 BEVEX 국제음료, 주류 전시회’에 출품하여 외국 바텐더들에게 극찬을 받으며 우리나라의 주류문화를 과시하기도 했다.

민속주를 빚는 장인 강석필 선생은 남모르는 걱정이 많다. 민속주를 빚던 사람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술 빚는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설사 일을 계속하고 있더라도 대를 이을 후계자가 없다는 것이다.


“신토불이, 신토불이 하면서 정작 왜 술에는 신토불이가 없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술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야 할 텐데….”

평생 술을 빚으며 살아 온 강석필 선생의 술에 대한 철학은 남다르다.


“술은 음식입니다. 음식의 맛을 내는 데는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우선입니다. 그 정성은 음식을 먹을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데서 나옵니다. 정성이 있으면 좋은 재료를 택하게 되고 맛을 내는 방법도 연구하게 되지요.”

평생 술만 빚으며 살아 온 그는 1994년 경기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술 빚는 방법의 보존과 전승이 필요해서다. 그가 평생 빚은 술은 얼마나 될까. 그 술로 해서 사람들이 함께 나눈 기쁨과 슬픔의 양은 또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보면 그는 술만 빚고 살아 온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이웃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살아 온 것일 수도 있다. 그는 모든 이웃이 기쁨으로 술을 마실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술을 빚고 있다. 대를 잇고 있는 셋째 아들 강환구 씨가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은 알아주고 있는 것 같아 마음 든든하게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