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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공예장 곽홍찬 - "꺼지지 않는 장인의 불꽃"

정교하고 세련된 왕실의 금은제 장신구와 품위를 더하는 그릇, 소박한 서민의 애환이 깃든 비녀에 이르기까지 금속공예는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발전해 왔다.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곽홍찬 선생(경기무형문화재 제16호)은 전통 금속공예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자부심 하나로 오늘을 살고 있다.


“금속공예는 그 당시의 사회나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상징물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제작 기술이 정교하고 뛰어났었지요. 옛 것의 복원, 시대에 맞는 공예품으로 재생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게 주어진 길이지요.”

금속공예 분야는 넓다. 비녀나 노리개나 지환, 뒤꽂이 등 장식용으로 쓰이는 것, 그릇 등의 생활필수품, 종교용품으로 쓰는 기물 등이 있다. 하나의 작품이 탄생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작은 패물 같은 경우는 며칠 만에 제작하지만, 사리함 같은 장엄구는 1년이상 걸리는 것도 있다고 한다.


“가업인 만큼 아버님께 자연스럽게 배웠습니다. 아버님과 함께 일하는 것이 생활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이제 현대생활에 맞게 변화해야지요. 노리개나 비녀나 일상적으로 쓰이던 것이 지금은 보기 드물잖아요. 공예문화는 생활을 따라가는 것이거든요.”

그의 화두는 ‘전통의 현대화’다. 전통공예를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생각하는 평범한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좀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의 아버님은 옛 것만을 고집하였다.
옛 사람이 만들던 것, 옛 방식대로. 그 길만이 길인 것처럼. 그러나 그는 좀 달랐다. 옛 것에 새로움을 불어 넣어 오늘의 사람과 호흡하는 공예품을 만들고 싶었다. 형태 디자인에서, 그리고 그 장식에서. 아버지의 기능을 든든한 뿌리로 삼아 새로운 열매를 맺게 하고 싶었다. 그 길이 운명인 것 처럼.


“이태리나 프랑스 같은 나라는 패션산업이 발전되어 있잖아요. 그 발전의 힘은 옛것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의 힘에서 나온다고 해요. 우리는 그들의 것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것에서 뿌리를 찾아야 한다고 봐요. 조상이 물려준 우수한 기법, 그것을 현대에 맞게 활용하고 발전시켜 간다면 금속공예의 세계화도 멀지 않다고 봐요.”

그는 요즘 금속공예 교육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한다. 기능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비법이라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비법을 털어놓아 여러 사람이 공유하고, 거기서 한 단계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 가운데 금속공예의 발전도 있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항상 깨어 있다. 지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한 단계 발전시키려는 노력, 그래서 그가 만든 공예품은 항상 빛나고 있는지 모른다.